"돌고 돌고 돌고"

 

한강 줄기를 옆으로 찢고 가는
전철의 가랑이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불빛이 가소롭다

두잔 술에 벌건 얼굴을 팔고
두병은 마셨을법한 모습으로
덜렁거리는 손잡이를 잡고 비틀거려봤자
어느 누가 알아줄까

심드렁한 모습으로
촛점없는 눈빛으로
멀뚱이 앉아있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세상을 다 산 악취가 풍기는 것이

왜일까
왜일까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돌고
지하로 내려가는 바퀴가 돌고
들어가는 하루가 돌고

힘껏 거머쥔 손잡이가
돌고 돌고 돌고.

 

2003년. 세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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