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침묵"

 

꼿꼿하게 정면을 향하였던 나의 눈초리는
언제부터인지 아래를 향하였다

왜인지 모를 이유가 있을 테지만
생각해보기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었고

지하를 달리다 잠시 다리를 건너기 위해
세상으로 나온 틈을 타서 머리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어둠으로 파고드는 생각의 꼬리는
또 몇 날을 무감각하게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
마주하기 싫은 사내들의 얼굴을 피해
비좁은 틈을 이리저리 헤집는 여인들,
피곤에 지친 사내들의 찌든 얼굴,
창문에 비치는 내 일그러진 얼굴

오늘 무엇이 하루를 버티게 했는지
내일 무엇으로 하루를 버틸지
복잡하게 생각하면 무엇하랴마는

오늘 내 가슴을 슬프게 하는 것은
땅으로 향한 내 시선이
아직도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거운 침묵으로 내려앉아 있는 것이다.

오늘은 가뜩이나 비바람이 가슴을 때리는데

 

2004년. 세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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